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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HBM 수출 급감, 계절성과 규제가 만든 ‘폭풍’인가?

by 티스토리 애자 2025. 2. 10.

최근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며 반도체 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2025년 1월 기준, 복합구조칩(MCP) 수출액은 전달 대비 30% 가까이 감소했으며, 이는 21개월 만의 최대 폭으로 기록됐다. 특히 대만으로의 수출은 51.1% 급락하며 반도체 공급망의 균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단순한 수요 변동을 넘어, 글로벌 규제와 시장 구조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1. 계절적 수요 변동: HBM 시장의 ‘예측 불가’ 변수

HBM은 AI 가속기와 GPU의 핵심 부품으로, 지난 2년간 연평균 200% 성장하며 초고속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2025년 1월 들어 갑작스러운 수출 감소는 "계절성"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부각시켰다. 전문가들은 "HBM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며 계절적 수요 변동에 민감해졌다"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연말 AI 서버 구축 수요가 집중된 뒤 1분기 초반 조정 국면에 접어드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일부 애널리스트는 2025년 1분기 HBM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D램(-12%)과 낸드(-18%)보다 더 큰 폭이며, HBM의 높은 ASP(평균판매단가)가 오히려 계절성 영향을 증폭시킨 측면이 있다.


2.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규제: ‘보이지 않는 손’이 그린 그림

2024년 12월, 미국 상무부는 중국의 AI 및 군사 기술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HBM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이 조치는 메모리 대역폭 밀도가 ㎟당 초당 2GB 이상인 제품을 대상으로 했으며, 현재 생산되는 대부분의 HBM이 해당 기준에 포함된다.

특히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이 적용되며, 미국 기술을 사용한 모든 기업은 중국 수출 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HBM의 20% 수준을 중국에 수출해온 만큼 직격탄을 맞았지만,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집중된 공급망 덕에 당장의 타격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국 시장 접근성 저하가 전체 HBM 수요 둔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규제가 HBM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촉발시켰다"며, "대만 TSMC를 경유하는 패키징 공정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의 대만 MCP 수출액은 2024년 12월 대비 51.1% 감소하며, HBM의 최종 조립 단계에서 차질이 빚어졌음을 시사한다.


3. 대만 TSMC 의존도: 공급망의 취약점이 드러나다

HBM은 GPU와 결합해 TSMC에서 최종 패키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2025년 1월 대만 수출 급감은 TSMC의 수요 감소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일각에선 미국의 GPU 수출 규제로 인해 TSMC의 AI 칩 생산이 위축되면서 HBM 수요가 동반 감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삼성전자의 평택·용인 공장 MCP 수출액이 62.3% 감소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HBM 외 모바일 메모리 수요까지 동시에 위축되었음을 의미하며, 스마트폰 시장의 계절적 조정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4. 시장 심리와 투자자 관심도 하락: 검색량이 말해주는 ‘열기 식음’

HBM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냉각되고 있다. 구글 트렌드 데이터에 따르면, ‘HBM’ 키워드 검색량은 2024년 11월 정점 대비 10% 이상 감소했으며, 이는 주가 약세와도 연동되는 현상이다. 투자자들은 HBM의 고성장 신화에 의문을 제기하며, 수익성 극대화보다는 공급 과잉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2025년 글로벌 HBM 수요가 작년 대비 2배 증가할 것"이라 낙관하지만, 단기적으로는 1분기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한다. 특히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추가 규제 가능성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5. 미래 전망: 폭풍 뒤에 찾아올 ‘햇살’인가?

단기적 악재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HBM의 장기 성장세를 확신한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HBM3E 12단 제품 본격 공급으로 수익성 극대화를 계획 중이며, 레거시 공정 전환을 통해 생산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AI 및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HBM 시장의 구조적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의 자체 HBM 개발 가속화로 글로벌 시장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전문가는 "한국 기업이 고부가가치 제품다각화된 공급망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론: HBM의 ‘다음 장’은 어떻게 펼쳐질까?
하이닉스의 HBM 수출 급감은 단순한 계절성 탓만은 아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 시장 심리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HBM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한 만큼, 단기적 변동성은 장기적 성장세를 가릴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한국 기업이 이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2025년, HBM 시장의 다음 장은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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